우리, 할머니
grandm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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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할머니 ▣ 할머니의 일기 ▣ 할머니 되기


■ 윤석남
(1936년, 만주 출생)



윤석남, <주세죽 초상>, 2021, 한지 위에 분채, 210x94cm.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화가인 윤석남은 지난 30여 년 동안 어머니의 모성과 강인함,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억눌려 지내온 모든 여성을 복권해왔다. 그는 2020년부터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의 초상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Women of Resistance〉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독립운동과 함께 농촌계몽 운동에 힘쓴 최용신, 여성운동과 교육운동을 이끌었던 교육자 차미리사, 사회주의 계열 항일운동가 주세죽, 총 3인의 초상을 선보인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젊은 나이에 활동했음에도 우리의 선조라는 사실에서 우리에게 종종 할머니로 인식되곤 한다. 이 지점에서 관람객은 ‘할머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그 외연을 확장해 볼 수 있다.

윤석남은 40대에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그래픽 센터와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수학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여성작가로는 처음으로 이중섭미술상 수상 작가로 선정됐고, OCI미술관(2021), 서울시립미술관(2015), 아르코미술관(2008), 일민미술관(2003)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을 가졌으며, 광주비엔날레(2014),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특별전(1996)에 참여했다.

■ 조이스 빌란드
(1931년, 온타리오 출생 - 1998년, 온타리오 작고)



조이스 빌란드, <솔리다리티> (비디오 스틸), 1973, 영상, 10' 40", 이미지 제공: 캐나다 영화 제작자 배급 센터.

페미니즘, 민족주의 및 생태학 문제에 대해 강력한 개인적 진술을 포함해 작업했던 조이스 빌란드는 드로잉과 페인팅, 퀼트와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 캐나다 예술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빌란드의 영화 〈Solidarity〉는 1970년대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있었던 데어 파업을 기록했다. 영화는 인물들에 주목하기보다 잔디밭을 걸어가는 노동자의 발들, 파업 피켓들, 떼 지어 진행하는 행진에 주목해 당시 파업의 흐름과 분위기를 기록한다. 사운드스케이프로서 확성기를 통해 위태로운 사안들을 언급하는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가 결합하며, 화면의 중간에 지속해서 자리하는 ‘연대(Solidarity)’라는 문구를 통해 이 파업으로 사회가 진정으로 꿈꿨던 바와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꿈꿔야 할 바를 제시한다. 작가는 정치적 인식, 미적 관점, 유머를 특유의 방식으로 결합한다.

캐나다의 실험적인 영화 제작자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였던 조이스 빌란드는 1950년대 토론토에서 화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1962년 뉴욕으로 이주해 새로운 재료와 혼합 미디어 작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했다. 이어 그는 실험적인 영화감독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곧 뉴욕의 현대미술관(1971) 등에서 전시됐다. 캐나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1971)은 생존 캐나다 여성 예술가의 첫 개인전이었다. 빌란드는 토론토 예술 재단의 시각 예술상(1987) 및 캐나다 장교 훈장(1982)을 받았다.

■ 정은영
(1974년, 인천 출생)



정은영, <개인적이고 공적인 아카이브>, 2015, 피그먼트 프린트, 가변크기.

이름 모를 개개인들의 열망이 어떻게 세계의 사건들과 만나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저항이 되거나 역사, 정치가 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온 정은영은 페미니스트-퀴어 방법론을 부단히 재점검함으로써 미학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예술 실천이 가능하다 믿는다. 작가는 〈여성국극 프로젝트〉에서 여성국극과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추적하고, 여성국극의 역사적 기원과 사회적 의미들을 조사-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을 작업 실천의 방법론으로 삼는 동시에 이 실천이 지식의 생산과 동행하는 가능성을 상상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여성국극 아카이브'는 자료 패티시와 실증주의적 역사서술의 관행에 저항함으로써 흔히 역사적 사실의 증거물이라 부르는 사료를 재구성한다. 여성국극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집한 이미지, 구술, 저술 등의 자료와 그 자료를 토대로 제작된 창작물들을 다시 배열하려는 이 시도는 연대기적, 혹은 의미론적 역사 아카이브의 권위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식을 창안하며, 기록물의 바깥을 읽어내는 방법론을 구축하고자 한다.

정은영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 영국 리즈대학교 대학원에서 시각 예술과 페미니즘 이론을 수학했다. 비엔날레 족자(2021),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2019), 교토 엑스페리먼트(2019), 상하이 비엔날레(2018), 도쿄 퍼포밍 아트 마켓(TPAM)—퍼포밍 아트 미팅 요코하마(2018, 2014), 고아의 세렌디피티 아트 페스티벌(2018), 타이베이 비엔날레(2017), 광주비엔날레(2016), 〈불협화음의 하모니〉(2016, 2015), 브리즈번의 아시아 태평양 현대 미술 트리엔날레(2015-16), “Tradition (Un)Realized”(2014),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14) 등에 참여했고, 올해의 작가상(2018), 신도리코 미술상(2015), 에르메스재단 미술상(2013)을 받았다.

■ 차진현
(1973년, 통영 출생)



차진현, <108인의 초상, 박분이 1922년 포항 출생>, 2007, 젤라틴 실버 프린트, 가변크기.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인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후기 산업화라는 각기 분절된 시대를 기록하며 우리가 모두 나누어 짊어야 할 역사적 권리와 책임에 대해 질문해 온 차진현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된 한국의 위안부 여성들을 기록한 〈108인의 초상〉 시리즈를 선보인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작업한 이 시리즈는 우리의 비극적인 과거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질문하고, 남성이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 침해된 여성의 권리에 대한 반성을 묘사한다. 기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잠상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다. 검은색의 정방형 프레임 속 존재하는 여성들은 종료되지 않은 사건 속 사라져가는 증언이자, 드러나 있지만 여전히 역사의 그림자로 존재해야 하는 위안부 여성들의 목소리를 표상한다. 작가는 기억과 망각 사이의 경계를 불러내고, 현재의 관람객이 이를 대면케 한다. 이를 통해 현실과 과거가 중첩된다.

차진현은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토목공학과와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 박사를 수료했다. 1839 갤러리(2012), KT&G 상상마당(2009), 통영 해양공원(2008), 갤러리 룩스(2006)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 Encounter 16 우수작가 4인(2016), 중국 제6회 따리 국제포토페스티벌 Asian Pioneer Photographer's Grant Award(2015),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최종작가상(2008)에 선정됐다. 그 외 대구사진비엔날레(2014), 서울사진축제(2013), 동강국제사진제(2008) 등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