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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예술계는 반성의 모멘텀을 맞이했다. 모더니즘이 강력한 테제로 내세우던 ‘주객체의 분리’와 그로 말미암은 ‘지배의 정당화’가 여러 환경 문제와 전 세계 사회·구조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을 목도하였을 뿐 아니라 예술계 자체도 내부의 구조의 문제, 자기 세계 내에서 순환하는 끊임없는 자기복제적인 창작활동, 그로 인한 지루함으로 귀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구조 안에서 서구의 현대미술이 지향해오던 형식주의적 관점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동시에 예술의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를 형성하는 주체는 제국주의를 이끈 유럽에 머물고, 다른 구조에 놓인 적 없는 주체의 행위는 이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의 덫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지루함의 한계를 맞은 현대미술의 확장을 위해선 주체적·대상적 전환과 더불어 구조적 전환이 일어나야만 한다. 현대미술의 미래에 대한 요구와 위기의식은 이제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을 되돌아온 유행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이야기하기 위한 발판으로 작동하게 한다.
특히, 한국은 식민지배를 받았던 피식민지로서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급격히 발전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그 어떤 피식민지들보다 서구의 시각에도 익숙하다. 따라서 그 양쪽을 모두 잘 알고 있기에, 어느 국가보다도 패러다임 전환의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담지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예술이 무엇을 모색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한국에만 귀속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비서구권 예술 커뮤니티와 연대를 할 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는 2021년 동두천시 보산동, 경기 최북단 미군기지 캠프 케이시(Camp Casey) 앞에 형성된 보산 클럽 거리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동두천은 여섯 주한미군 기지와 기지촌이 위치했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예외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보산동은 끊임없이 미군 부대와 함께하며 동두천 전체 지역의 소비를 견인하고, 다문화적인 문화를 형성해내는 등 그 흐름의 중심에 있어왔다.
2000년 이후 ‘동두천 주둔 미군 평택 이전 계획’에 따라 동두천의 나머지 미군 기지는 대부분 이전을 했으나, 캠프 케이시의 경우 경기 최북단 캠프이기에 반환할 수 없다는 논의가 되풀이되면서 병력이 절반 이상 줄었을 뿐, 반환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군 부대가 이전한 자리에는 다국적 이주노동자들이 새로이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보산동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융합’이라는 과제를 누구보다 먼저 다시 안게 되었다.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는 새로이 변모하고 있는 동두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역사성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기록하며 아시아, 아프리카 예술계를 중심으로 해외 예술계와 연대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안과 밖이 만나는 지점을 만들고, 예술의 역할을 다시 질문한다.